한정판을 자랑하고 싶었다는 전현무....
“당장 오늘만 해도 남편은 새벽같이 칼바람 맞으며 전주로 출근했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워스트 드레서는 따로 있다. 바로 빌 머리다. 그의 취향은 기발한 지경을 넘어서서 종종 괴팍하기까지 한데, 특유의 시큰둥한 캐릭터와 과감한 시도가 충돌하는 광경이 은근히 재미있다. 예순이 훌쩍 넘은 이 배우는 알록달록한 우산이 달린 모자를 쓴 채 골프를 치곤 한다. 올해 초에는 핑크색 드레스에 카우보이모자와 부츠를 착용하고 텔레비전 토크쇼에 등장했다. 그는 패션 금기를 종류별로 섭렵하는 일종의 스타일 무정부주의자에 가깝다.
그러던 어느 날벼락 같은 계시를 받았다. 지난달부터 우리 사무실의 한 동료가 평소 좋아하던 AC/DC(호주 출신의 록 밴드)의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뿐이라면 괜찮을 텐데 하루는 그날따라 무릎까지 오는 반바지에 긴 양말을 신고 슬리퍼로 온종일 사무실을 누볐다. 그때 나도 모르게 혼잣말로 '저건 좀 아니지 않나?'라고 중얼거렸다.